지난 9월에 Pew Internet & American Life Project 에서는 2020년의 인터넷에 대한 전망을 현재 인터넷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700여명의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예상들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한 내용들을 소개해 봅니다. 과연 이 사람들의 전망대로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도 인터넷의 미래 모습을 한 번 예상해 보고, 할 수만 있다면 그러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 저렴한 광대역 네트워크가 더욱 확장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게 될것이고 이것이 통해 전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리적인 거리는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지고 있고 이것은 2020년이 되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크레디트 카드를 비롯한 미국의 각종 서비스 회사에서 사용하는 24시간 고객 서비스 전화번호들이 사실은 인도에 있는 교환원들을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야간에 근무하는 교환원을 고용하는 것보다는 저렴해진 통신 기술을 이용해 인도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 회사로서는 훨씬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지리적인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예입니다.
2. 비록 컴퓨터가 알아서 업무를 처리하는 자동화가 더욱 진행이 되겠지만 2020년에도 여전히 인간이 기술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응답자들 중의 42%는 미래의 인간이 기술을 통제하는 능력에 대해 비관적인 응답을 했다고 합니다. 점점 기술에 의존함에 따라 이로 인한 위험성도 증가할 것이라 하는군요. 즉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통제력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그 기술을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80년대에 개봉되었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터미네이터가 날아온 미래가 2029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으스스하군요. 제가 기술적인 문제에는 문외한이라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러한 상황은 인간이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기술에 대한 통제를 포기할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달할 수록 그것에 영향을 받는 '인간' 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2020년에 인터넷을 사용할 이용자들은 더욱 더 종합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가상 현실의 세계를 접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근로자들의 생산력을 높이는 등 많은 이들에게는 혜택으로 나타나겠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중독의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가상 현실에 중독되는 것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여러사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으니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요.
4. 정보 과잉에 대항해서 더 나은 삶의 방법으로 네트워크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갈 것이며 이들 중의 일부는 기술적인 발전에 대항해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기술적인 발전에 대한 저항은 19세기 산업 혁명의 시기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때는 기계로 인해 오히려 삶이 어려워진 사람들에게서 반대 운동이 생겨났지만 인터넷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도 이메일을 거부하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정부가 자신들의 이메일과 통신 내용을 도청하고 있다고 믿고 가능한한 자신의 존재를 네트워크상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도서관 일을 하면서 배운 것 중의 하나는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남들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도서관의 서비스 정신이었습니다. 99%의 이용자가 이메일을 사용하고 이메일을 통해 도서관의 모든 사항을 전달받지만 나머지 1% 의 사람들을 위해 여전히 전통적인 편지를 이용한 정보 전달을 하고 또 이들도 도서관의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사항을 서비스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들이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를 명령하는 어느 나라 은행과 공공기관의 온라인 서비스와는 출발점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있는 생각이었습니다.
5. 사람들은 의도적이던 의도적이지 않던 자신의 신상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게 될것이고 이처럼 프라이버시를 잃는 댓가로 일부 혜택도 얻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래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의 의견이 반으로 갈렸습니다. 미국인들에게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앞에 더이상 프라이버시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죠. 물론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의 기술과 능력으로도 정부는 국민들의 여러 면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화 회사들이 통신 기록을 고스란히 정부 기관에 제공을 하고 그것에 대해 일반인들이 그리 큰 저항을 하지 않는 것이 9/11 이후의 미국입니다. 애국법이 제정된 이후 미국 도서관계에서 문제 삼았던 것 중의 하나는 이 법이 도서관의 대출 기록을 정부에서 볼 수도 있게 허용한다는 점이었는데 이미 현재 가진 기술만으로도 도서관을 방문해서 영장 제시하고 하는 일 없이 정부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니 더 큰 문제이지요. 그래서 사서들간의 이야기는 "바로 그것 때문에라도 더욱 목소리를 높여서 이 법을 반대하여 기술을 가진 정부가 그 기술을 남용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흘렀습니다만 프라이버시에 관해서는 아마 미래에도 여전히 논쟁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6. 영어는 국가 간의 소통과 정보 전달에서 보편적인 언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영어로 인해서 다른 언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중국어와 같은 다른 언어들이 더욱더 영향력을 얻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언어의 다양성은 매우 좋은 것이고 오히려 인터넷으로 인해 이러한 다양한 언어와 문화들을 보존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만 인터넷을 사용하여 고급의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영어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입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터넷 상의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언어력이 필요하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정보의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 영어가 특히 필요한 것이구요. 하지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어는 결코 수단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영어로 된 정보입니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영어교육을 보면 가끔 이것이 뒤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에도 인터넷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과연 다음 달에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우리들의 이목을 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무수한 컴퓨터들 앞에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인간이) 앉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접하는 것이니 결국 인터넷은 사람 '인'자 인터넷입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존의 가치는 아무리 인터넷이 발전한다고 하더라고 바뀌지 않을 것이고 또 바뀌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